서론
내생균은 미세균류에 속하는 생명체로써 식물체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나 명백한 병증을 유발하지 않는다[1]. 이들은 숙주식물에 존재하면서 수직 또는 수평적인 전달을 통해 다른 식물체로 전파된다[2, 3]. 일부 내생균은 숙주식물에 유해한 생물 및 무생물적 요인에 대해서 저항성을 제공하는 유용한 균류로써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내생균은 상당부분 자낭균류로 구성되며, 일부 담자균류도 포함한다[4].
한반도에 분포하는 침엽수의 내생균 연구가 시작된 이래, 대부분의 연구가 지역적으로 해발 1,000 m 이하 지역에서 수행되었으며, 숙주식물로는 주로 소나무과(Pinaceae) 식물들로 예를 들면,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et Zucc.) 나 리기다소나무(P. rigida Mill.) 등과 같은 일부 침엽수에 대해서 내생균의 다양성 및 그 역할이 보고되었다[5, 6].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고산 침엽수인 눈측백(Thuja koraiensis Nakai)을 숙주식물로 하는 내생균의 군집구조를 확인하고자 한다. 눈측백의 경우 측백나무과(Cupressaceae), 눈측백속(Thuja L.)에 속하는 식물로 인엽을 가지는 상록침엽수다[7]. 눈측백속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5 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자연림에는 눈측백 1 종만 분포한다[8]. 눈측백의 경우에도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의 적색목록(Red list)상에서 위협종 중 취약단계(Vulnerable, VU)로 평가되고있으며, 이에 따라 서식지와 생태 등에 대한 연구가 다소 진행되었다[9]. 전 세계적으로 침엽수림에서 산림쇠퇴가 발생하여 수목의 활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더불어 인위적인 산림훼손을 동반한 서식지 파편화도 침엽수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침엽수종들에 대한 복원이나 보전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에서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생태진화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일부 산지에 서식하고 있는 눈측백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내생균을 분리·동정한 후, 생물다양성과 군집구조에 대해 알아보고자하였다.
경기도 지역의 화악산(N 37o 59', E 127o 30')과 강원도 지역의 설악산(N 38o 7', E 128o 22'), 함백산(N 37o 12', E 128o 54')에서 2013년 7월경에 건강한 눈측백을 각각 12~14개체씩 선별하여 소지를 채집하였다. 채집된 소지에서 깨끗한 침엽을 채취한 후 표면살균과정을 수행하였다. 먼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하여 흐르는 물로 세척한 다음 무균 실험대 내에서 1% 차아산염소산나트륨(NaOCl) 용액에 3분, 70% 에탄올에 2분간 처리한 후, 멸균수로 2회 세척하고 다음 과정을 진행하였다. 그 후 표면 살균된 침엽은 가위를 이용하여 약 5 mm 정도의 길이로 자른 후 potato dextrose agar 배지에 각각 4개의 절편을 치상하고, 25oC의 암소에서 30일 간 배양하면서 출현한 균주들은 계대배양을 통해 순수 분리하였다.
각각의 내생균은 DNeasy Plant SV mini kit (GeneAll, Korea)를 사용하여 공시방법에 따라 genomic DNA를 추출하였다. 추출된 DNA는 ITS1F와 ITS4 primer를 이용하여rDNA 중 internal transcribed spacer (ITS) 영역을 증폭하였다[10].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수행 조건은 다음과 같다. predenaturation 94oC에서 5 min 후, denaturation을 94°C 30 sec, annealing을 50°C에서 30 sec, elongation을 72°C에서 1 min을 1 cycle로 해서 총 30회를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72°C에서 5 min 간 PCR 산물을 안정화시켜 4oC에서 보관하였다. PCR 산물은 RedSafe (iNt-RON Biotechnology, Seongnam, Korea)를 첨가한 1.5% agarose gel에서 전기영동하였으며, Digital Gel Documentation (Koreabiotech, Daejeon, Korea)상에서 증폭 산물의 크기를 확인한 후 염기서열 분석을 의뢰하였다(SolGent, Dae- jeon, Korea).
분석된 염기서열들은 NCBI상에서 BLAST (Basic Local Alignment Search Tool)를 이용하여 유사도(similarity)가 높은 후보 분류군을 선발한 후, 염기서열 비교를 통해 최종적으로 가장 근접한 분류군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각 종들간의 계통수 내 위상(topological position)을 확인하기 위해 계통관계 분석을 수행하였다. Bootstrap analysis는 1,000 replicates를 선택하고, outgroup으로 Spathularia flavida를 설정하였으며, neighbor-joining method로 MEGA6 [11]을 이용하여 계통수를 완성하였다. 최종적으로 동정된 내생균들은 종 다양성과 분포양상 그리고 군집구조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화악산의 눈측백으로부터 총 67개의 균주, 설악산에서는 52개의 균주 그리고 함백산에서는 83개의 균주를 분리하였다. 분리된 균들의 염기서열 분석결과 총 32개의 그룹(morphotype)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으며, 3종의 미기록종(Diaporthe nobilis, Mycosphaerella handelii, Pestalotiopsis cocculi)을 확인하였다(Table 1, Fig. 1). 미기록 균주는 국립생물자원관에 기탁하였으며, 기탁번호는 각각 NIBRFG 0000137672, NIBRFG0000137568, NIBRFG0000137638이었다. 이들을 NCBI 상에서 BLAST한 결과 GenBank에 기 등록되어 있는 참조서열(reference sequence)들과 89~100%의 유사도를 나타내었다[12]. 유사도가 낮은 일부 분류군(strain 13E025)과 종 수준의 동정이 어려운 분류군들은 보다 명확한 동정을 위해 각각의 균주들에 대한 형태적 특징을 조사하고, 이어서 추가적인 유전자의 염기서열 부위를 탐색 중에 있다. 이들은 다시 강(class) 수준에서는 Insertae sedis를 제외하고 크게 3개의 강(Dothideomycetes, Sordariomycetes, Leotiomycetes)으로 나누어지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각각 61.5%, 27.0% 그리고 11.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다른 침엽수류의 연구와 비교한 결과 민주지산에 분포하는 소나무, 잣나무(P. koraiensis Siebold et Zucc.), 일본잎갈나무(Larix kaempferii (Lamb.) Carriere)에서 분리한 내생균의 경우에는 Sordariomycetes가 64.0%, Leotiomycetes가 33.0% 그리고 Agaricomycetes가 3.0%의 구성비율을 보였다[13]. 오서산의 경우에는 소나무와 일본잎갈나무에서 내생균을 분리하였고, Leotiomycetes가 59.0%, Sordariomycetes가 30.0%, Dothideomycetes가 8.0% 그리고 Agaricomycetes가 3.0%를 차지하였다[14]. 전체적으로 강 수준에서 균주의 구성은 유사하나 눈측백에서는 Agaricomycetes에 속하는 균주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또한 전체 균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매우 상이하였다. 일반적으로 내생균의 다양성은 숙주식물과 분포지 그리고 주변의 환경요인 등에 영향을 받는다[15]. 본 연구와 비교한 선행 연구들은 숙주식물뿐만 아니라 분포지도 상이하여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는 무리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관점에서 숙주식물과 분포지에 기반하여 고려해 볼 때에 내생균은 다양한 생태학적 그리고 생물학적 지위 획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내생균 연구에 있어서 생태학적 원리에 바탕을 둔 생물다양성을 규명하는 것은 내생균 연구 전략에 있어 중요한 시발점이다.
Table 1. Molecular identification of representative fungal isolates using ITS region from Thuja koraiensis in Mt. Hwaak, Mt. Seorak and Mt. Hambaek
aRelative abundance indicates the percentages of the number of isolates in the study sites of the total numbers of isolates.
Fig. 1. Phylogenic tree of endophytic fungi isolated from Thuja koraiensis. Internal transcribed spacer sequences of ribosomal DNA were used to confirm the morphological identification of the fungal isolates. Sphatularia flavida was used as an outgroup and bootstrap values (> 50) are shown above/below the branches (1,000 replicates).
종 다양성의 경우 화악산(H' = 2.05), 함백산(H' = 1.81), 설악산(H' = 1.44) 순으로 나타났다(Table 1). 본 연구에서 내생균의 종 다양성이나 종 풍부도 그리고 종 균등도 등에 영향을 준 일차적인 요인으로 세 지역의 눈측백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분리된 균주라고 생각된다. 공통적인 균주는 총 4종으로 D. nobilis, Alternaria alternata, Sydowia polyspora 그리고 Phyllosticta spinarum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로 분리된 것은 P. spinarum으로 화악산에서 최저 48%, 그리고 설악산에서 최고 65%에 이르렀다. 따라서 P. spinarum의 분포 정도에 따라 눈측백과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다른 내생균의 침엽 내 공간 점유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물리적인 점유를 바탕으로 숙주식물과 상호작용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데, 그러한 점유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 상기와 같은 다양성을 나타냈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는 P. spinarum이 48~65%를 차치했으며, 소나무에서 내생균의 다양성을 보고한 선행연구에서는 Lophodermium속의 내생균이 약 40~6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였다[4, 14]. 내생균의 전파는 수직적인 전달과 수평적인 전달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직적인 전달은 내생균과 숙주식물 간의 특이성에 기반한 것인데 비해 수평적인 전달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한다[16]. 따라서 눈측백에서 P. spinarum이나 소나무에서 Lophodermium spp.의 경우 다른 산지에 분포하는 숙주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높은 비율로 분리되는 것으로 보아 이들 간에는 수평적인 전달보다는 수직적인 전달이 우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외에 나머지 내생균들은 낮은 비율로 존재하고 있으며, 아마도 기회적으로 감염된 것으로 생각된다.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면 내생균과 숙주식물간의 상호작용과 공진화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적 요
화악산, 설악산, 함백산에 서식하는 눈측백의 잎에서 내생균을 분리하여 다양성을 조사하였다. 숙주식물로부터 총 202개의 균주를 분리하였고, 이 균주들의 ITS r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32개의 분류군으로 동정되었으며, Diaporthe nobilis, Mycosphaerella handelii, Pestalotiopsis cocculi 3종이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되었다. 분리된 균주 중 61.5%는 Dothideomycetes였으며, 27.0%는 Sordariomyetes, 11.5%는 Leotiomycetes에 속하였다. 눈측백에 서식하는 내생균에서 우점종은 Dothideomycetes에 속하는 Phyllosticta spinarum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 종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