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말뚝버섯목(Phallales) 말뚝버섯과(Phallaceae)에 속하는 말뚝버섯속(Phallus)은 포자가 형성되는 자실체의 갓 부분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곤충을 유인하여 포자를 전반하며, 영문 일반명으로는 stinkhorn으로 불린다. 말뚝버섯속은 전세계적으로 분포하며[1] 113종이 기록되어 있고(Index Fungorum, http://www.indexfungorum.org) 최근까지도 꾸준히 신종이 보고되고 있다[2-5]. 국내에서도 버섯분포상 및 분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속의 신종이나 미기록종 버섯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나[6-9] 말뚝버섯속의 경우 노란말뚝버섯(P. costatus), 노랑망태버섯(P. luteus), 말뚝버섯(P. impudicus), 망태말뚝버섯(P. indusiatus) 그리고 붉은말뚝버섯(P. rugulosus) 단 5종만이 기록되어 있어 이 속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10].
국내의 버섯상 연구는 주로 산림지역을 중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해안 지역에 발생하는 버섯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11-13]. 최근 국내 해안 모래사장에서 신종 버섯이 발견되었고[14], 본 연구조사 중에도 여러 버섯종들이 해안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국내의 동해와 서해 지역 모래사장에서 발견된 말뚝버섯속 버섯에 대하여 분자 및 형태 연구를 진행한 바,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되어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표본 수집 및 형태 관찰
2019년 동해의 망상해변과 2020년 서해의 기지포해변 모래사장을 중심으로 버섯상 조사를 수행하였다. 버섯을 채집하기 전 생태 사진을 촬영하였고 채집장소, 서식처의 정보 등을 기록하였으며 DNA 추출을 위한 자실체의 조직 절편을 수집 후 40℃에서 72시간 동안 열풍 건조하였다. 미세구조의 관찰은 광학현미경(Olympus BX53, Tokyo, Japan)을 이용하였으며 ProgRes CapturePro v.2.8.8 (Jenoptik Co., Jena, Germany)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길이를 측정하였다. 채집된 모든 표본은 관리번호를 부여하여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Herbarium of the Korea National Arboretum; KH, Pocheon, Korea)에 보관하였다.
DNA 추출, PCR 증폭 및 염기서열 분석
CTAB 방법[15]으로 자실체의 조직으로부터 DNA를 추출하였고 ITS5/ITS4 primer [16]를 사용하여 ITS r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였다. PCR 조성 및 반응 조건은 조 등[17]의 방법을 따랐으며 PCR 산물은 Macrogen (Seoul, Korea)에 의뢰하여 염기서열을 결정하였다. 채집된 버섯의 분자계통학적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GenBank database에 등록된 말뚝버섯속 각 종의 염기서열을 분석에 사용하였고(Table 1) ClustalX v. 1.81[18]를 이용하여 선택된 염기서열들을 정렬 후 PHYDIT v. 3.2[19] 프로그램으로 편집하였다. 계통수 분석은 MrBayes v. 3.1.2을 이용한 Bayesian inference (BI)[20]와 PAUP* v. 4.0 b10[21]을 이용한 Maximum parsimony (MP) bootstrap analysis를 수행하였다. BI 분석에는 jModeltest[22]를 수행하여 선정된 GTR+I+G 치환모델을 사용하였으며 선행연구에 근거하여 뱀버섯속(Mutinus)의 2종(M. albotruncatus, M. verrucosus)을 outgroup으로 선정하였다[3,23]. 본 연구를 통해 채집된 모든 표본의 ITS 영역 염기서열은 GenBank에 등록하였다(Table 1).
결과
Taxonomy
망상모래말뚝버섯(신칭) Phallus hadriani Vent. Mém. Inst. nat. Sci. Arts 1: 517 (1798) (Fig. 1)
유균 상태인 알의 크기는 4-5×3-4 cm로 유구형에서 난형이다. 연한 보라색을 띠는 막질로 쌓여 있으며 안쪽은 젤라틴질로 되어있다. 자실체의 아래쪽으로 잘 발달된 근상균사속이 있으며 표면은 보라색을 띤다. 성숙한 개체의 높이는 10-13 cm이다. 갓은 흰색을 띠며 종형이고 표면은 망목상이며 암록색의 기본체로 덮여 있다. 크기는 3-4×2.5-3.5 cm이다. 대는 원통형으로 크기는 6-8×1.5-2.0 cm, 흰색에서 옅은 노란색이고 스폰지상으로 작은 구멍이 나 있으며 속은 비어 있다. 균망은 없다.
담자포자는 장타원형 또는 원통형이며 크기는 [n=50] (3.30-)3.60-4.50(-5.16)×(1.77-)1.88-2.30(-2.51) μm, 평균 길이 4.08 μm, 평균 너비 2.06 μm이다. 투명하며 표면은 매끄럽다. 대주머니의 균사는 분지하며 꺽쇠연결이 있다.
Habitat.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홀로 또는 2-3 개체가 모여서 발생하였으며 주변에 갯그령(Elymus mollis Trin.), 갯씀바귀(Ixeris repens (L.) A. Gray), 좀보리사초(Carex pumila Thunb.) 그리고 통보리사초(Carex kobomugi Ohwi)가 서식하고 있었다.
Specimen examined. 대한민국.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 13 Nov. 2019 (KA19-1233, KA19-1234, KA19-1235), N 37°35'49.99'' E 129°05'06.99''; 충청남도, 태안군 기지포해변, 16 Jun. 2020 (KA20-0085), N 36°33'22.34'' E 126°19'40.79''.
Remark. Phallus hadriani는 균망이 없고 특히 보라색을 띠는 대주머니가 다른 말뚝버섯종들과 구분되는 중요한 형태학적 특징이다. 또한, 산림지역이 아닌 해변가의 모래사장에서 발생하는 서식처의 특성이 있다. 외부형태적으로 가장 유사한 종은 국내에도 기록되어 있는 말뚝버섯(P. impudicus)이지만 대주머니의 색과 서식처의 차이로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23,24].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지역이 동해에 위치한 망상해변으로 이 버섯의 국명은 발견한 곳의 지명을 참고하여 명명하였다.
37개의 taxa를 포함한 ITS dataset에 대한 BI 및 MP 분석 결과는 Fig. 2에 표기하였다. 동해와 서해에서 발견된 버섯은 P. hadriani 염기서열들(DQ404385, KF481956, KP222542, KU516100, MG678525)과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였고(maximum parsimony bootstrap value [MPBS]=100, posterior probability [PP]=1.0) 형태적으로 가장 유사한 P. impudicus (KU516098, MH424914)와 명확히 구분되었다(Fig. 1). 위의 형태 특징 및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를 통해 해안에서 발견된 버섯을 국내미기록종인 P. hadriani로 동정하였다.

Fig. 2. Bayesian 50% majority-rule consensus topology based on internal transcribed spacer (ITS) sequence data. Bayesian posterior probabilities (PP) and 1,000 bootstrap replicates in MP analysis (MPBS) are indicated as PP/MPBS above or below branches. Broad black branches indicate PP>0.95 and MPBS>80%. Sequences generated for this study are highlighted in blue. The symbol ‘T’ indicated the type materials. CI, consistency index; HI, homoplasy index; RI, retention index.
고찰
본 연구를 통해 발굴된 망상모래말뚝버섯(P. hadriani)은 해변의 모래사장에 서식하는 특성과 보라색을 띠는 대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다른 말뚝버섯종들과 비교적 구분이 용이하다. 인접국가인 일본[25]과 중국[26]에서 이 종이 보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기록되지 않은 것은 해안지역에 발생하는 버섯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비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의 도서지역에 대한 버섯상 연구는 울릉도나 제주도와 같이 큰 섬들을 중점으로 진행되었으며[27-29], 주로 산림이 형성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바다와 인접한 환경인 해변지역은 조사대상지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김 등[14]이 국내의 해변에서 서식하고 있는 해변콩꼬투리버섯(Xylaria ripicola)을 신종으로 보고하여 버섯상 조사지에 대한 범위를 넓힐 필요가 대두되었다.
나아가, 국내의 버섯 종다양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생태적 환경에서의 버섯의 역할을 구명하기 위해서라도 해안지역과 같은 미조사지역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망상모래말뚝버섯 외에도 선녀버섯속(Marasmiellus), 말똥버섯속(Panaeolus), 눈물버섯속(Psathyrella) 그리고 주발버섯속(Peziza)으로 보이는 종들이 함께 발견되었다. 추후 이 종들에 대한 정확한 동정을 통해 추가적인 미기록종이나 신종이 발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섯의 경우 다양한 식물들과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기에, 이러한 연구는 해안가에 서식하는 여러 식물들과 균류와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