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한반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독도는, 큰 2개의 화산섬인 동도와 서도 외 89개의 작은 부속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독도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섬생물지리학 및 진화적으로 학술적 연구 가치가 높아[1]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지속적인 식물상 연구[2-5] 및 곤충상 연구[6-8]가 수행되었고 그 외에 토양선충[9], 독도 주변해역의 어류[10], 해조류[11]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 왔다. 미생물에 대한 조사로는, 식물 근권세균[12]과 내생진균[13]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버섯의 경우 2013년 동도에서 발견된 여름찹쌀떡버섯(Bovista aestivalis)이 첫 기록으로, 버섯의 분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14]. 본 연구를 통하여 독도에 서식하고 있는 버섯 1종을 추가로 발견하였고, 이를 새로운 기주식물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표본 수집 및 형태 관찰
2017년 9월, 독도의 주요 섬인 동도와 서도의 접근이 용이한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버섯상 조사를 수행하였다. 채집된 버섯은 사진 촬영 후 채집장소, 서식처, 기주 등 정보를 기재하였고 열풍 건조 후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Herbarium of the Korea National Arboretum; KH)에 보관하였다. 형태동정을 위해 1% Congo Red 용액으로 자실체의 절편을 염색 후 광학현미경(Olympus, BX53, Tokyo, Japan)을 이용하여 담자포자, 담자기, 낭상체 등의 미세구조를 관찰하였다. 또한, ProgRes CapturePro v.2.8.8 (Jenoptik Co.)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미세구조의 길이를 측정하였다.
DNA 추출, PCR 증폭 및 염기서열 분석
Cetyl Trimethyl Ammonium Bromide (CTAB) 방법[15]을 사용하여 자실체의 조직으로부터 DNA를 추출하였고 ITS5/ITS4 primer[16]를 사용하여 균류 바코드 영역인 Internal Transcribed Spacer of rDNA (ITS) 염기서열을 분석하였다.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조성은 0.5 pM의 각 primer, 0.25 mM의 dNTP, 1.5 mM의 MgCl2, 10 mM의 Tris-HCl, 50 mM KCl, 2.5 U의 Taq DNA polymerase 그리고 15 ng의 genomic DNA로 하였다. PCR 반응 조건은 initial denaturation을 94°C에서 4분 시행 후 denaturation을 94°C 40초, annealing을 52°C에서 40초, extension을 72°C에서 60초로 34 cycle을 반응시킨 후 72°C에서 8분간 처리하였다. PCR 산물은 Macrogen (Seoul, Korea)에 의뢰하여 염기서열을 결정하였다. 계통수 작성에 앞서 독도에서 발견된 버섯의 ITS영역 염기서열을 blast search를 통하여 Xylodon (Pers.) Gray 속에 속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GenBank database에 등록된 Xylodon의 근연속인 Lyomyces, Hyphodontia, Kneiffiella의 염기서열들을 계통수 분석에 사용하였다 (Table 1). 선택된 염기서열들은 ClustalX v. 1.81[17]를 이용하여 정렬 후 PHYDIT v. 3.2[18] 프로그램으로 편집하였고 계통수 분석은 PAUP* v. 4.0 b10[19]을 이용한 Maximum parsimony (MP) bootstrap analysis와 MrBayes v. 3.1.2을 이용한 Bayesian inference (BI)[20]에 기반하여 수행하였다. BI 분석에는 jModeltest[21]를 수행하여 선정된 GTR+I+G 모델을 사용하였다.
Table 1. Information of ITS sequences used in this stud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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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equence ex type specimen * Newly generated sequence in this study |
결과 및 고찰
37개의 taxa를 포함한 ITS dataset에 대한 MP 및 BI 분석 결과는 Fig. 1에 표기하였다. 독도에서 발견된 버섯은 X. flaviporus 염기서열들(KJ668462, KJ140637, AF145573, AF145585, AF145574, AF145575)과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였고(MPBS = 100, PP = 1.0) 형태적으로 유사한 X. subflaviporus(KX857803) 그리고 X. paradoxus(AF145572, AF145571)와 명확히 구분되었다(Fig. 1). 또한 형태적으로 X. flaviporus는 X. paradoxus에 비하여 자실층이 압착되어 있으며 보다 짧은 담자기와 담자포자를 가지고[22], X. subflaviporus는 X. flaviporus에 비하여 두상형낭상체의 벽이 얇고 담자포자의 길이가 다소 짧은 차이점이 있다[23]. 위의 형태적 특징 및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통하여 본 연구를 통해 독도에서 발견된 버섯을 X. flaviporus로 동정하였다.

Fig. 1. One of nine most parsimonious trees from a heuristic analysis of ITS sequences. Broad black branches indicate maximum parsimony bootstrap support value (MPBS)>70% and Bayesian posterior probabilities (PP) >0.95. Only MPBS values>70% are shown. Kneiffiella decorticans and K. eflbulata were used as the outgroups. ‘T’ indicate sequences of the holotype. CI, consistency index; HI, homoplasy index; RI, retention index.
국내에는 2000년에 임 등 [24]이 해당 종을 Schizopoa flavipora로 처음 보고하였으나 2017년에 Riebesehl와 Langer[25]가 형태 및 분자생물학적 분류연구를 통해 S. flavipora를 X. flaviporus으로 변경하였다. 이 종은 경기도와 경상북도, 도서지역으로는 서해에 위치한 소연평도 등에서 기록된 것으로 보아 국내에 전반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사료된다[22, 24, 26].
Xylodon 속에 포함된 대부분의 종들은 주로 리그닌을 분해하는 백색부후균이며 고사한 속씨식물의 작은 가지나 그루터기에 발생하지만 드물게 겉씨식물에서도 발생한다[27, 28]. 현재까지 X. flaviporus가 초본식물에서 발생된 기록은 없으며, 국내에서는 졸참나무와 소나무 등 목본식물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22].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채집된 X. flaviporus는 서도에 자생하고 있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왕호장근(Reynoutria sachalinensis (F. Schmidt) Nakai)에서 발생하였다. 서도는 목본성 식물이 생육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사철나무, 보리밥 나무가 사면에 소수 분포하고 있을 뿐[4] 백색부후균이 서식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초본식물인 왕호장근의 경우 리그닌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29] 알려져 있으므로, 백색부후균이 양분을 얻는 기주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Xylodon 속 일부 종들은 초본식물에 해당하는 고사한 양치식물에서 발생하는 것이 보고되어있다[30, 31]. 예로, X. adhaerisporus의 경우 덩굴식물인 Clematis L. 속에서, X. bisporus는 초본식물인 Staehelina dubia L.에서 발견되었다[32, 33]. 이들 초본식물들은 리그닌 성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며, 추후 성분분석 등의 연구를 통해 관련성을 확인해 보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Fig. 2. Morphological characters of Xylodon flaviporus (KA17-0796) and its host plant (Fallopia sachalinensis). A, B: fruiting bodies of X. flaviporus on host plant; C: hymenophore; D, E: basidia; F: basidiospores; G, H: skeletal-like hyphae; I, J: capitate cystidia; K: apically-encrusted cystidia (Scale bars: B = 2 mm , C = 100 μm, D-K = 10 μm).
적요
2017년 독도의 버섯상 조사를 통해 관속식물인 왕호장근의 기부에 발생한 목재부후균 버섯표본을 수집하였다. 수집된 목재부후균은 배착성으로 자라는 가죽질의 자실체를 형성하였고 자실층은 관공형태를 나타내었다. 또한 균사체계는 위이균사형이며 타원형의 담자포자를 형성하였다. 형태적 특징과 균류바코드 영역 (internal transcribed spacer of rDNA) 분석을 통하여 이 버섯을 Xylodon flaviporus (Berk. & M.A. Curtis ex Cooke) Riebesehl & Langer로 동정하였다. 이 버섯은 독도에서 서식이 확인된 두 번째 종이며, 다년생 초본식물인 왕호장근을 X. flaviporus의 새로운 기주식물로 보고하고자 한다.